
[아시아월드뉴스] 지난해‘대통령이 국회해산권을 가져야 한다’라는 망언을 한 것으로 전해져 파장을 낳았던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이 취임 이후 뉴라이트적 사관과 친일편향적 외교관을 기초로 한 연구과제를 다수 추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강준현 의원(더불어민주당, 세종을)이 통일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김천식 원장은 2023년 7월 취임 이후 통일연구원 산하에 ‘자유민주주의 중점연구단’을 신설했는데 이 연구단의 실상은 뉴라이트적 극우 사관을 연구 결과에 반영하고 신냉전적인 대결 구도의 논리를 계속적으로 강조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2022년 윤석열 대선후보 시절 캠프 출신인 것으로 알려진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은 2023년 7월 21일 통일연구원장으로 취임했다.
그로부터 열흘 만인 7월 31일 통일연구원은 ▲자유민주주의 중점연구단을 새롭게 신설한다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자유민주주의 중점연구단은 표면상으로는 헌법가치 및 통일철학으로서의 자유민주주의를 연구하고 연구문화을 진흥한다는 목적을 표방했다.
그러나 이 연구단의 연구 내용에는 논란을 야기할 만한 사관과 연구방식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2024년 4월 자유민주주의 연구단이 ‘분권, 자치 그리고 독립의 정신’이란 주제로 진행한 연구토론회에는 뉴라이트식 자학적 사관이 다수 드러났다.
해당 연구 발표문에는 ‘1945년 국제사회에 의해 한국의 독립이 주어졌다’라며 ‘한국이라는 국가가 홀로서기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주장이 들어갔다.
마치 “독립운동으로 독립이 되어진 것이 아니다”, “광복은 세계사적 관점에서 볼 때 연합국의 선물이다”라는 망언으로 파문을 낳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뉴라이트적 사관과 맥락이 상통하는 듯한 대목이다.
국민 개개인의 근대적 주체성 확립과 독립 정신이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취지를 주장하는 부분인데, 이 취지 자체로도 자학적 사관이란 지적이다.
같은 발표문 중에는 ‘한국사회에는 배부른 노예 상태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라는 표현까지 들어갔다.
‘자영업자가 힘은 들지만 회장님, 사장님 앞에서 손을 모으고 머리를 조아리며 살아가는 고액연봉의 임원보다는 자유롭다’라는 상식적으로 이해되기 어려운 설명까지 부연했다.
자유와 독립을 예속과 노예 상태보다 좋아한다는 인간의 기본적 성격을 설명하는 대목이지만, 매우 이분법적이고 자학적인 진단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1948년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는 건국론 역시 다수 드러났다.
지난달 30일 통일연구원이 발간한 ‘한반도 통일전략구상’연구자료에는 3·1운동 이후 자주독립국가 건설의 의지를 설명하는 대목 중‘1948년 대한민국이 건국되기 약 30년 전 이미 대한민국과 근대 한국인에 대한 원형은 대한민국의 정치지도자들에 의해 그 청사진이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또 같은 발표자료에는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이 건국될 당시 이러한 한국인의 목표와 열망이 반영되어 미국식 대통령제 정부가 탄생’했다며 노골적으로 1948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는 주장을 실었다.
2023년 9월, 통일연구원이 주최하고 김천식 원장도 참석한 ‘왜 자유민주주의인가?’라는 학술회의에선 이승만 전 대통령까지 언급하며 더욱 노골적인 건국론을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연구자료에는 ‘이승만 대통령은 건국을 주도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했다’라며 정치적으로 보수 패러다임의 하나로서 대한민국을 건국한 이승만 모델이 있다고 규정했다.
12·3 내란까지 이어졌던 윤석열의 반국가세력, 공산전체주의식 발상을 김천식 원장과 통일연구원에서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천식 원장은 지난해 11월, 자유총연맹과 ‘남북한 통일방안의 변천과 윤정부 자유통일론의 적실성은?’이란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김천식 원장은 “자유, 인권, 평등과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진보”며, “그런데 일부 국내 인사들을 보면 수구적이고 집단주의, 배타성에 물들어있는데 이런 게 심각해지다보니 전체주의를 옹호한다”고 발언했다.
진보가 전체주의를 옹호한다는 결론인데, 이는 2023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했다”라는 당시 대통령 윤석열의 생각과 유사하단 비판이다.
이러한 생각은 연구과제 자료 중에서도 드러났다.
앞서 언급한 2023년 9월 ‘왜 자유민주주의인가?’라는 학술회의 자료에는 ‘대한민국 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는 세력이라고 규정하고 이런 세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선언은 자유와 시장이라는 가치에 기반한 신념 정치다’라고 공산전체주의 발상을 직접적으로 옹호하는 대목도 발견됐다.
김천식 원장과 자유민주주의 연구단의 연구에는 일본을 편향적으로 옹호하며 신냉전구도적인 시각을 종용하는 정황도 다수 나타났다.
자유민주주의 연구단은 올해 2월, ‘트럼프 집권2기 미중관계와 한국외교 고려사항’이라는 주제로 연구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 자료에는 ‘대한민국 안보의 후방기지라 할 수 있는 일본과의 안보연대 및 한미일 안보협력체를 실질적으로 공고히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탈중국을 경제적 기회 요인으로 보고 한중 기술 격차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한미 혹은 한미일 동맹을 통해 경제 및 첨단 기술협력을 해야한다는 의견에 대해 동의’한다는 내용이 등장했다.
경제적 관계가 밀접한 대중국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이념적인 냉전 대결적 구도를 부추기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해당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았던 계명대 이지용 교수는 올해 1월, 윤석열 탄핵 반대집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교수는 “현재 자유대한민국의 헌법 체계가 무너져내렸다. 입법부가 독재를 행하고 있다. 선관위가 부정선거를 묵살하고 있다”며, “친북 친중 반대한민국 세력을 향해 엄중하게 경고한다”고 발언했다.
전형적인 극우세력의 논리로 윤석열의 탄핵을 반대한 것이다.
김천식 원장 취임 후 통일연구원은 ‘인도-태평양 시대의 한미일 안보협력’이라는 연구과제도 실시했다.
이 연구의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헌법해석 변경을 두고‘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 중요 관계국과 함께 싸울 수 있다는 해석 변경이다’라고 언급했다.
또, ‘헌법해석 변경으로 인해, 한반도 위기 시에 미국의 동맹국으로 일본이 군사적으로 직접 관여할 수 있는 역할이 새롭게 부여됐다’라고 일본의 군사대국화 방침 논란을 긍정적인 어조로 해석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일본의 전반적 긍정인식은 윤석열 정부의 역사인식 문제에 대한 태도에서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며 한국의 외교전략이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인식에도 기반을 둔다’라고 서술했다.
우리나라의 대일본 과거사 문제 제기를 비판적으로 전제했을 뿐 아니라, 노골적으로 편향적 친일 외교를 옹호했다.
이와 같은 뉴라이트적 연구과제 운영과 신냉전 대결적 시각의 종용에 대해 통일연구원 내부의 반발여론도 감지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진행된 원내 조직 만족도 조사 중 직원들의 평가 중에도 비판 의견이 수록됐다.
익명으로 의견을 제시한 직원들은 ‘연구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율성 보장과 기존에 정치적으로 명백하게 편향된 연구원 운영에 대한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남기는가 하면, ‘최대한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정책연구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연구원 조직 및 의사결정 과정 개선이 필요’하단 의견을 전했다.
실제로 해당 조사를 통해 드러난 김천식 원장의 조직 및 프로세스 운영 부문에서의 만족도 비율은 23.6%에 불과했으며 불만족 비율은 50.9%로 과반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제도에 대한 불만족 비율은 53.9%, 협업 및 커뮤니케이션 불만족도는 43.6%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강준현 의원은 “분단의 역사를 극복하고 남북의 평화체제 수립 및 평화적 통일방안을 연구해야 하는 통일연구원이 이토록 심각하게 근현대사를 왜곡하고 이념 편향적인 연구를 해왔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고 질타했다.
또, 강 의원은 “이와 같은 통일연구원 문제의 핵심적 원인은 취임 이후부터 논란의 대상이 됐던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이라며 “자유민주주의 연구단과 같은 부적절한 연구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연구원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라도 김천식 원장이 책임을 통감하고 거취 등에서 용단을 내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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